[전체] 비가 전하는 말 - 이해인

비가 전하는 말 - 이해인

밤새 
길을 찾는 꿈을 꾸다가 
빗소리에 잠이 깨었네 

물길 사이로 트이는 아침 
어디서 한 마리 새가 날아와 
나를 부르네 
만남보다 이별을 먼저 배워 
나보다 더 자유로운 새는 
작은 욕심도 줄이라고 
정든 땅을 떠나 
힘차게 날아오르라고 
나를 향해 곱게 눈을 흘기네 

아침을 가르는 
하얀 빗줄기도 
내 가슴에 빗금을 그으며 
전하는 말 

진정 아름다운 삶이란 
떨어져 내리는 아픔을 
끝까지 견뎌내는 겸손이라고- 

오늘은 나도 이야기하려네 
함께 사는 삶이란 힘들어도 
서로의 다름을 견디면서 
서로를 적셔주는 기쁨이라고-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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